2004년 12월 7일 화요일

먼지같은 기분

생각의 덩어리가 쪼개져서 파편이 되고, 다시금 바스라져서 먼지가 되어버렸다.
땅에 떨어지거나 허공이 부유하던 내 생각의 먼지들은 그렇게 어딘가의 불편함이 되어 사라져 가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갑게 내리는 겨울비. 긴 밤 자고 나면 저 비가 눈이 되어 하얗게 덮어놓을 그것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저 기대일뿐 바람일뿐. 세상은 내가 원하는데로 돌아가지는 않을테다.

머리속에 온갖것들이 가득하다.
내일이나 모레쯤 나올 잡지의 상태며, 12월 들어 유난히 힘들어 하는 지혜나 진희 가슴하며, 벌써 두주째 보낸 수십통의 이력서를 혹여나 읽은 사람의 심사며, 지난밤 보낸 메일을 읽었을 이주용 대표님의 답변이며, 치과를 갔으면 했지만 역시 고집피우고-아니 내게 유독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가지 않았을 한나의 사랑니며, 수요일 오전 수업에 볼 기말고사 시험범위와 목요일 금요일 제출해야할 기말과제들... 내일은 팀과제를 위해 이것저것 설명해줘야 할텐데 정리는 했는지... 내일은 또 사은회구나. 시험공부는 언제하지? 오늘 한것만으로 될까? 내일도 그 비디오 가게를 그냥 지나쳐 버릴까? 내일도 남문에서 걸어와야 하는걸까. 내일도 춥겠지? 수요일은 축구 경기가 있는데.. 못 보겠구나. 편집부 종강총회인데.. 참 그러고 보니 오늘 종강총회를 가지 못했지. 지현이가 전화까지 하던걸. 지혜도 문자하고. 계획은 가는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또 이렇게 미안하게 되어 버렸고. 내일은 사은회니까 카메라를 챙겨가야겠지.

결국은 이렇게 지나치고 다가올 일들. 새삼 내가 고민한다고 달라질것도 없겠지만... 사실 마음 편히 먹고 그저 따라가기도 벅차다.

생각의 먼지들. 조금더 갈아져서 아주 보이지 않았으면 차라리 좋은데...
이렇게 눈만 뜨고 있으면 보인단 말이다. 허공에 날리는 먼지들. 바닥에 쌓인 먼지들 내 어께 위에 내려앉은 먼지들... 보여서 털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

그게 나라는 사람인가보다. 내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내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그래서 힘들게만 되는... 그걸 싫어했던 사람.

차라리 내 육신이 먼지가 되어 허공에 바닥에 당신의 어께위에 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이었으면... 그랬다면... 이렇게 또 하나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지는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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