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0일 토요일

개발자와 주석으로 대화하자

협업에 대한 두번째 글입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스터디를 해 온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 동생은 성품도 착하고 유쾌한데 웹표준에 대한 열정과 노력도 참 대단합니다. 그 동생이 스터디 활동을 처음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한달여간 계약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웹표준에 대한 인식이나 지식은 왠만한 경력자 못지 않았는데 실무 경험이 처음이었다는 점은 웹디자이너나 웹개발자와의 협업 부분에 있어서 적잖이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동생이 아주 재치있는 발상으로 개발자와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나나 함께 스터디 했던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동생은 당시에 자신의 마크업 사이에 다음과 같은 주석을 남겼습니다.

<!-- 정말 열심히 웹표준으로 코딩했습니다. 제가 봐도 잘 한 것 같습니다. 개발 잘 부탁드립니다 -->

어떤 생각이 드나요? 겸손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유치하셨나요? 저는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새삼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주석을 작성하는데 큰 신경을 쓰지 않거나 아예 작성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HTML 문서를 건네 받을 개발자에게 마크업에 대한 거의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것입니다. 주석 한 줄 없는 HTML 문서를 받아든 개발자는 한참이나 마크업을 분석해야 했을 것이니깐요.

동생과 함께 일했던 스터디의 또 다른 회원 한 분의 입을 통해서 전해들은 이 일화는 웹퍼블리셔가 개발자와 조금 더 친해질 수 있고,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 줍니다. 분명 그 개발자는 이 주석을 읽기 전까지 업무에 지쳐 있었을 것이고, 새로 받은 업무에 짜증이 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생의 주석 한 줄에 웃음이 났을 것이고, 썩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웹표준에 대한 자신의 편견 내지는 오해에 대해서 미안해 했을수도 있었을테고, 신입으로 들어온 웹퍼블리셔(스터디 동생)의 열정에 깜짝 놀랐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저 주석은 지워졌겠지만 적어도 그 개발자와 신입 웹퍼블리셔(스터디 동생)은 꽤나 친해졌고, 트러블 없이 프로젝트를 마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 옛 말에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습니다. 매일 같이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는 생활 속에서 주석 한 줄이 꽤나 중요한 협업 관계(더 나아가서 대인관계까지)를 유지해 주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덧붙임 대신 팁 두가지를 적습니다.

1. 사이즈를 적어 주세요.
위 마크업에서 Map 과 GNB 영역에서 모두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서 플래시 무비를 삽입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Map 영역에서 기술된 주석은 사이즈를 함께 적어 주었고, GNB 영역에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단번에 어떤 형태가 좀 더 주석 다운지 알 수 있습니다.

2. 영어로 쓰자.
종종 인코딩 문제로 인해 마크업 내의 한글이 깨져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에디터에서 인코딩을 맞춰주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만 만약 당신의 에디터가 지원하지 한글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면 마크업을 쉽게 분석하거나 수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석이 영문이었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며칠전에도 웹퍼블리셔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협업을 이야기했습니다. 신현석님의 의견 처럼 협업은 단순히 웹퍼블리셔들에게만 필요한 능력은 아닙니다. 어느 직업이든 둘 이상의 작업자가 함께 일하는 곳이라면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기왕에 (웹표준과 웹퍼블리셔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웹퍼블리셔들에게 협업적인 마인드와 능력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웹기획자나 웹디자이너 웹개발자들보다도 확실히 현재의 업무적인 위치에서 협업적인 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직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최근에 웹퍼블리셔들에 대한 수요가 많이 높아지면서 웹표준 기술만 알면 몸 값을 올릴 수 있다라는 거품 섞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환기를 시켜 보고자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해 봤습니다. 기술로써 몸 값을 올릴 수 있다면 협업을 잘 해내는 것도 아주 중요한 기술임을 말입니다.

끝으로 당신이 만약 웹퍼블리셔이고, 한참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면 다음과 같은 동료를 위한 주석 한 줄을 고민했으면 하고 바라겠습니다.

댓글 18개:

  1. 말씀하신 것과 같은 순작용도 있겠지만, 만약 제가 코드를 전달받은 사람이었다면 앞으로 이렇게 주석 달지 말라고 한소리 했을 것 같기는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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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업과 관련없는 주석처리는 담당개발자분께 직접 구두로 말씀하시는게 더 효율적인듯 싶어요. 저런맨트의 주석은 오픈할때 개발자가 지워야하는 부담감으로 다가올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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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신현석 - 2009/01/11 12:27
    물론이죠^^ 항상 저렇게 하는건 오히려 업무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봐요. 저런 주석 대화는 일종의 작업자들간의 마음가짐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무적으로 생각한다면 저런 주석을 달아볼 생각조차 못할거라고 생각되서요. 주석으로 서로 한번씩 웃을 수 있다면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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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빽짱구 - 2009/01/11 19:27
    ㅎㅎ 네 위에 현석님 의견에 달아 놓은 댓글과 마찬가지로 빽짱구 의견에도 같은 생각이구요. 페이자마다 저럴 수는 없겠죠~ 주석 지우는게 하나의 일처럼 되어 버리면 그건 오히려 비효율적이니깐요. 힘들때 주석으로 응원메세지 한번 보내는 이벤트 같은거라고 생각해 보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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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군 - 2009/01/12 10:27
    ㅎㅎ 서운해 하지마~ 난 네가 멋졌다고 생각해^^

    그리고 현석님이나 빽짱구님도 부정적이라기 보다 좋은면 이면에 업무적으로 불편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씀 남겨주신 거고~ 어차피 사람과 사람이 대하는 거니까 좋은 일화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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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도 좋았고 개발자도 좋았었는데. ^^;

    물론 게시판에만 주석을 딱 한번 단 것 말곤 그 이후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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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어떨때는 가까운 말 보다 먼 글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때도 있는거죠.

    ㅎㅎ 엄마가 싸준 도시락에 편지같은 느낌?



    귀찮아 한다면 한번에 주석을 클리어 할 수 있는 방식을 지원 하는것도 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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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deute - 2009/01/12 11:02
    엄마가 싸준 도시락에 편지~! 너무 적절한 비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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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처음 작업을 같이 하는 개발자분이라면.. 주석은 아니어도 메신저로 멘트를 날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담아서 코딩했으니, 잘 부탁드린다고.....황당하겠지만 간혹 저렇게 주석처리한 것은 모든 페이지에 그대로 남겨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담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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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차영신 - 2009/01/12 18:21
    ㅎㅎ 모든 페이지에 저런 주석을 달면 곤란하겠죠~

    센스있게 첫 파일(index.html ?) 정도에만 인사처럼 달아주면 기분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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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서버측 개발하시는 분이



    1. 주석 보고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꺼라는 믿음과

    2. 이런 주석은 알아서 지워줄꺼라는 상호신뢰



    가 있었으니까 가능했겠죠.

    한번쯤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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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찬명님의 '2.이런 주석은 알아서 지워줄꺼라는 상호신뢰' 를 기본으로 주석에 ' 작업후 지워주세요 ' 까지 남겼으나, 그 페이지가 서브템플릿으로 사용되었던지라....3~ 4명의 개발자중 어느 한 분 알아서 지우지 않았던 경험해 보신 분 ... 태어나서 그런 느낌 처음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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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차영신 - 2009/01/13 10:18
    에고고.. 그런 경우는 발생하지 말아야 하겠네요. 좋은 의도로 달아놓은 주석 한개가 나중에 말썽이 된다면 좋은일 했다가 욕먹은 꼴이 되어버리니까... 주석을 단 사람이 혹시라도 모르니 오픈 이전에 한번쯤 확인을 해 주면 좋겠네요^^; 물론 저런 주석 없이도 서로 기분좋게 협업할 수 있는 관계라면 너무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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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정찬명 - 2009/01/13 04:54
    네^^ 좋은말도 자주 들으면 짜증난다고 저런 이벤트도 한두번으로 족하겠죠. 자주 그러면 장난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주석 지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으니깐요. 그보다 주석 없이도 충분한 협업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대인관계가 있다면 더욱 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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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저도 요기 파견팀의 개발과장님과 조금 서먹서먹한데

    흠흠 한번 날려볼까요? 무서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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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마기 - 2009/01/13 15:43
    주의) 주석 달기 전에 상대를 알아야 합니다!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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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시도는 해볼만해요.ㅋㅋ

    개발 들어가는부분에만

    저런 주석을 달아 줘야겠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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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trackback from: 프로젝트 - 협업에서의 대화법
    최근 협업에 있어서 기초적인 대화법을 몸으로 익히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화의 목적과 대상에 따라 아래와 같이 크게 나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음과 같은 목적에 대해 한번 적어 보겠습니다. 목적 : 현재 상황에 대한 프로젝트 전채 진행인원에 대한 설명/이해/대안도출 구분<?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전문성 개발 능력 설계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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