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30일 토요일

끝나지 않는 이야기

첫 눈이 내렸다. 언제나 어긋나곤 했던 일기예보가 이처럼 잘 맞아버리다니 괜히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 창밖으로 재채기라도 한 듯 눈이 쏟아져 내린다. 지난 3월. 아마도 지난겨울의 마지막 눈이었을 듯싶다. 눈이 쌓인 곳은 정말 흰 것 말고는 아무것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병점역에서 내린 사람들은 달리지 못하는 버스를 포기하고 종종걸음을 한 발씩 묶어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피난민의 행렬처럼 보였다. 캠퍼스는 온통 은빛으로 스케치 되어 있었고, 곳곳에는 학생들을 반기는 눈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학생회관 앞이었나 보다. 03학번 녀석들의 눈싸움이 한참이었다. 어떤 녀석이 던진 눈이 여학생의 몸통을 그대로 때려 맞췄다. 파삭- 하며 부서지는 눈. 실수였었다. 한참을 하던 놀이에 너무 빠져있었는지 그저 조그마한 돌맹이 하나를 숨겨두었을 뿐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렇게 친구의 눈 밑을 찢어 놓다니. 두려움에 휩싸인 친구의 눈동자는 찢어진 눈 밑을 더욱 벌리며 붉은 핏방울을 주룩 주룩 쏟아냈다.

more..

댓글 1개:

  1. 오래전 학과 잡지에 '하이퍼텍스트문학'에 대한 소개를 하기 위해서 썼던 짧은 글이다. 나름 신경쓰며 썼다지만 참으로 부끄러운 글이 아닐 수 없다. 그만 지워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내 애씀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기에 아까움이 조금 생겨 올려둡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