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일 일요일

피곤한 하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어쩐지 며칠째 개운하지 않은채로 깨어났다. 약간의 감기기운이듯도 하고,
갑자기 나간 일 때문이었는지 몸살같기도 했고,
며칠전 갑자기 맞은 30도 가까운 햇살 때문이었는지 더위를 먹은것도 같고,
이유야 어떻든, 몸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밤에 몇번인가 고민을 하면서 다른사람에게 넘길까 하다가
동수형 얼굴도 생각나고, 연경누나도 오는데... 그리고 미리 챙겨둔 카메라하며...
가야겠지- 라고 하고 잠든것이 몸은 영 가지마라- 하는 분위기다.

지난번 더위만큼은 아니래도, 역시나 더운 주말 오전.
학교는 벌써 여름인냥 봄꽃사이로 녹음이 짙어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감독이 시작되고, 사인이 시작되고, 답안지를 회수하고,
결시자를 체크하고, 자리를 정돈하고, 답안지를 확인받고, 삼만원을 확인하고,

그렇게 너댓시간이 부랴부랴 지나가버렸다. 세수는 세번-
화장실은 두번- 계속 들이킨 음료수 때문이었겠지만, 속이 속이 아니었다.

혜정, 소영, 수진, 기환, 그리고 나- 중간에 상곤이형도 계셨지만 끝내 함께가자는 부탁을 뿌리치시고 인천 어딘가로 가셨다. 용산행 급행을 타시고,

수원역은 부산했다. 2년만에 온다는 기환이의 놀랜 눈을 앞세우고,
세 여자들은 뒤에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안 하는지 들리지도 않고, 그저 잘 따라온다. 나는 앞장 서서 급한 마음에 예약가능여부부터 물었으나- 한 시간이라는 말에 고개를 젓고, 걸음을 밖으로 돌렸다.

처음 먹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이 더운날에 이 뜨거운 피자를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있었으나, 불닭이 아닌것이 어딘가? 하는 안도감에 제법 맛있게 익어버린 피자 한쪽을 집었다.

식후 토론이라고 했나. 뭐 이런저런 학교 이야기며, 벌써 4학년이 되어버린 혜정, 소영, 수진이의 심난한 이야기것들을 들어주고, 심심풀이로 스포츠는 이래야돼~라는 강의를 하고나니, 어느새 학생회의 문제를 되씹는 자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음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졸업생이 아직도 이런 얘길 듣고 골치를 ㅤㅆㅓㄲ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아직 내 마음도 쾌히 떠나 있지는 않은가보다. 했다.

720-2번 버스에 기대고, 가끔 휘청하는 스릴까지를 피로에 묻으면서,
급하게 부른 경아와 진기에게 잘 들어갔느냐는 인사 문자를 보내고 나니-
오늘 하루가 대충은 마무리 된 것 같다.

뭔가.. 많이 기다리고, 하고 싶었던 말들고, 듣고 싶은 말 한마디를 채 담아오지 못하였고, 집에 가면 또 찾아올 답답함과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울음 소리를 막지 못한 귀구멍으로 들어야 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그래도 그래도 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어긋나버린 하루와 어긋나버린 인연과 어긋나버린 이 집구석을 깨버릴수 없는게 내 삶이고, 내 삶 위에 어머니 삶이고, 그 위에 아버지가 남겨놓은 빚이 조금 더 남았다고밖에는 생각할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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