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5일 목요일

국문과 해야 할 일?!

1년이든 10년이든 시간이 흐른 뒤에 남는것은 개인에게는 추억일 것이고, 모두에게는 역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이든 아주 작은 학과이든 사람이 부비고 살았던 공간에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후대들이, 후배들이 챙기고 정리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증명해 보일 수 없는 그저 공허한 기억이 될 뿐이다. 이는 우리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중국의 태도만 보아도 확연해 진다.
분단된 국토에서 고구려라는 거대한 역사마저 싹두 잘려져 나가버려 아주 송두리째 남의 것으로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 국문과의 역사 정리 사업에 이를 맞춰어 비교하긴 어려운 것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 과의 역사를 정리하고 보이는 것에 무관심하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결코 작은 일이 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으로 내가 졸업한 직후에 입대를 몇달앞에 두고 욕심내어 시작한 것이 국문과 역사 정리 사업이었다. 학과에 그대로 방치되었던 앨범과 흩어진 사진들을 추스르고, 졸업앨범을 스캔하고, 논문과 학회지등을 정리하는 것이 주된 골자였다. 한장의 CD나 DVD로 제작해 두면 두고 두고 보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맞이하는 동문인의 날에도 선배들에게 새삼 옛일을 떠올릴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십년의 세대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발버둥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에게 우리과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정신으로 이어져 왔는지 그보다 확실하게 눈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것이 또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자료수집만을 마친채 완성된 타이틀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저 언제래도 활용하능하도록 정리를 해 둔것만으로 일단은 만족한다.

국문과 최초의 잡지 '길라잡이'

그로부터 1년후 상병 정기 휴가를 나왔다가 명절을 앞두고 선생님들께 명절 인사를 드릴참으로 학교에 들렸는데 징검다리 연휴 덕분으로 과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빈 과사에 혼자 앉아 예전부터 모아둔 날적이를 들춰보게 되었다. 내가 입학하던 2000년도 것에서부터 추억이 많았던 01년도 03년도... 깔끔하게 정리하며 적어둔 98..96년도의 날적이까지.. 너무 좋았다. 재미도 있었고, 그것 자체로 우리과 역사책을 들춰보는 듯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예전에 비해 날적이가 많이 사라진듯 했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도 많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새 것이 생기는 것이 줄어드는 것이야 일단은 아쉽게 두더라도, 그동안 만들어졌던 수십권의 날적이가 이젠 십 여권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차마 안타깝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속이 상했다.

이러면 어떨까?

날적이를 모두 찾아보고, 원본 그대로 한권의 책으로 제본을 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복사를 두어권 해서 과사에 비치를 하고, 원본은 도서관등에 보관하는 것이다. 1년전 졸업앨범을 스캔했던 작업등에 비하면 시간과 노동이 많이 들지도 않을 뿐더러 효과는 더욱 크지 않나 싶다.

비슷한 내용으로 한 가지 더 있는데 매년 열리는 동문인의 날이나 학번 행사로 기념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것들을 한곳에 모아두는 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다. 어째서일까? 그간의 기념품들을 하나씩 찾아서 모아두고, 동문인의 날이나 학과 행사때 펼쳐 보인다면 그것보다 더 반가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더불어 동문인의 날 등에 작성된 방명록 역시 날적이와 같이 모아서 책으로 묶어 두었으면 좋겠다.

학생회가 중심이 되서 그간의 남겨진 기록들과 기념품들을 찾아 한데 모으고, 책으로 묶는 사업. 결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된다. 조금의 노력과 관심만이 필요할 뿐이다.

조태영 선생님과 함께 했던 점심 식사 자리에서 호영(00)이와 현선(02)이 함께 고민했던 이런 내용이 인태(02)군의 집부 위기론을 지적한 게시판 글에서 시작된 것인데 인태군의 의식도 본받을만 하지만 가끔은 그런 것들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막연함으로 쉽게 가로막혀 그저 공허한 메아리만 맴돌다가 끝나는것이 보여 아쉬울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실제로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몇가지 적어본 것이다. 모두에게 의미가 되고, 누구나 떠들었던 우리과만의 정체성과 정신을 정립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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