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블로그가 뭐냐?

얼마전에 개인 홈페이지를 블로그로 교체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설치형 블로그인 태터툴즈이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보이기는 하지만 얼마전만 해도 누리꾼들에게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비교분석의 대상이자 싸움터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때문인지 아직도 블로그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것 같다.
부대 내에서 자신만의 블로그를 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얼마전 생긴 PC방으로 통해서 자신의 미니홈피를 관리하거나 새로 블로그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때문에 짧게나마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흔히 블로그를 설명하면서 어원을 따지고 시작한다. 어원을 알고 들어가면 용어 자체를 이해하기는 싶지만 흔히 헷갈려 하는 미니홈피와의 차이점은 발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짜고짜 결론부터 말하고자 한다. 블로그는 븐먕 미니홈피와 아주 다르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말이다.

첫째, 블로그는 일지다. 블로그는 용어에서 드러나듯, 웹Web에서 작성되는 로그Log다. 로그는 우리식대로 표현하면 기록이다. 기록은 쓰기이며, 인터넷에는 이미 게시판에 글쓰기, 이메일 보내기, 채팅창에서 대화하기 등 다양한 방법의 글쓰기가 제공되고 있다. 블로그는 이전과 비슷하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글쓰기를 시도하게 만들었으며, 앞으로의 인터넷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게시판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게시판의 경우는 수십 수백, 수만 개의 글을 페이지 단위로 끊어서 제목부터 보여주고, 제목을 선택했을 경우 새로운 화면에서 내용을 출력해 준다. (주:방명록의 경우 본문이 함게 보이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방명록이 내용이 길지 않음을 전제하고 축소된 게시판의 형태이다.) 우리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웹에서 사용자의 클릭 한번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거나 발생시키곤 한다. (주:깊이 들어가면 글이 지나치게 장황해지므로 생략. 추후에 새로 포스팅을 해보겠다.) 그리고 더욱 큰 차이점은 게시판은 파일시스템(주:게시물이 저장장치에 파일로 저장되는 것)이거나 데이터베이스(주:엑셀과 같이 정렬 가능한 커다란 테이블을 생각하시라!)에 저장되어 사용자에게 출력되는데, 이 때 하나의 게시물은 게시판을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이를테면 제로보드와 같은 게시판 그 자체!)에 종속되게 된다. 즉, 게시판 자체가 없다면 게시물은 아무도 볼 수 없거나 영영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어지는 문제점 하나는 게시판의 오류나 변경으로 인해 게시물의 주소가 변경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게시판을 링크한 것들 중에 대부분이 깨지거나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라고 출력되는 상황을 누구나 겪어 봤을 것이다!) 반면, 블로그는 게시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 편(한 마디가 좀 더 맞는 표현)의 글(포스트가 블로그에 맞는 용어)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시스템은 각각의 글을 하나의 공간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순서(기본적으로 일지이므로)대로 뿌려주는 기능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글이 독립적이라는 의미는 시스템에 의존적이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시스템이 아니어도 읽기가 가능해지다는 특징이 있다. 쉽게 말해 부대 홈페이지의 게시물은 우리 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A의 블로그에 있는 포스트는 B의 블로그에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설령 A와 B가 서로 다른 블로그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해도 말이다! 심지어는 블로그가 없어도 포스트를 읽을 방도가 있는데 RSS라고 불리는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RSS 특정 블로그의 포스트를 자동으로 긁어와 내 블로그나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블로그를 하나의 신문으로 보고, 각각의 글은 기사로 보고, 나는 그 신문을 구독(RSS)하여 원하는 기사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적인 형태의 게시판에서는 보기 어렵다. 또한, 미니홈피에서도 제공되지 않는 기능이다.

둘째, 블로그는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한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블로그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걸프전 당시 한명의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현지에서 실감나게 포스팅을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그의 포스트는 여느 TV/신문보다 빨랐고, 정확했으며 솔직했다. 그만큼 인터넷 안에서의 방향을 컸고, 순식간에 블로그라는 일개 시스템이 매체Media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게 생긴 말이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이다'라는 말이었다. 미니홈피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HTML등을 몰라도 자기만의 홈페이지를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장점과 1촌맺기라는 '한국적인' 정서(주:필자는 다모임, 아이러브스쿨에 이어 싸이월드의 1촌맺기는 정으로 얽힌 인간관계중신의 한국문화를 적절히 이용한 서비스로 보고 있다.)를 철학으로 심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스킨과 음악 콘텐츠 등을 제공하여 똑같지 않은 자기만의 홈피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껍데기의 다름 아니다. 그 안에 담겨지는 콘텐츠의 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생산되고 있는데, 사진과 방명록 중심의 홈피 구성이 그것이다. 이는 홈피 자체가 디자인적으로 가지는 한계이자 사업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대다수의 개인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갖기를 원하지만, 제작 기술은 없고, 이쁘기를 바라며, 누군가 찾아와 주기를 원한다. 그러면서 무엇인가를 채워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적거나 없기를 바란다. 미니홈피는 이에 딱 어울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HTML을 몰라도 가입만 하면 떡하니 홈피를 떼어 주고, 도토리(돈)만 구입하면 얼마든지 차별화된 자신만의 스킨으로 무장할 수 있다. 기본적인 메뉴가 같으므로, 메뉴 구성에 애를 먹지 않아도 되며, 사진만 올려두고, 1촌만 열심히 맺으면 방문자는 얼마든지 늘게 되고, 자연히 방명록은 쌓여 간다. 이에 사용자는 만족감을 높이고, 다시 미니홈피에 투자하고, 싸이월드에 충실한 팬이 되어 간다. 이렇게 생겨난 수많은 미니홈피는 사진앨범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반면 블로그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태생이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지식이나 취미 등이 하나의 주제가 되어 공통된 포스트(텍스트, 이미지, 영상, 소리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의미)를 기록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블로그가 이러한 것은 아니며, 대다수가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시스템적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한채 동일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블로그가 미니홈피에 비해 목적 의식이 좀 더 뚜렷함은 분명 강조할 수 있는 대목이지 않나 싶다.

셋째, 블로그는 웹2.0을 준비하고 있다. 웹2.0은 현재의 웹보다 더 나은 웹을 뜻하는 경제학적 용어이다. 오라일리라는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말로, 시멘틱웹(의미있는 웹)과 혼용되고 있다. 아무래도 시멘틱웹보다는 1.0, 2.0이라는 숫자로 표기되는 웹2.0이 일반인들에게 감각적으로 흡수되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웹2.0은 현재보다 더 나은 웹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블로그를 사용한다는 의미는 웹2.0에 한 발 다가간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블로그는 RSS와 Trackback을 지원한다. RSS는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했고, Trackback은 일종의 업그래이드된 리플과 같다. 게시판에 답변을 다는 것을 리플 또는 댓글이라고 하는데 트랙백은 우리말로 쓰자면 '먼댓글'정도가 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인터넷에서는 사실 가깝고 멀고의 거리의 양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블로그에 아주 멋진 글이 있다. 왠지 공감이 가는 듯 하여 댓글을 달고 싶다. 간단히 댓글만 달아도 되겠지만, 내 의견도 한편의 글이 될만큼 길며 좋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도 올려두고 싶다. 이럴때 쓰는 기술이다. 트랙백을 통해서 내 블로그의 포스트가 저 멀리 떨어진 남의 블로그의 포스트의 댓글이 되기도 하고, 내 블로그의 하나의 포스트가 되기도 하고, 서로 물리게 되는 것이다. 마치 논문을 쓰면서 다른 논문을 참조하여 쓴 내 논문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먼댓글! 멋지지 않은가! 이런 RSS와 Trackback 기술은 우선 미니홈피에는 없다. 이 점이 미니홈피가 블로그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되며, 의미있는 웹의 구현을 위해 발진하는 웹2.0에도 부합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블로그는 애초에 이 기능을 구현하였으며, 우리들로 하여금 차츰 웹2.0의 세계로 젖어들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 고마운 것!

너무 길다. 짧게 쓰려고 애 썼음에도 세가지의 이유만을 들었음에도 이만큼 길어져 버렸다. 사실 이 글만으로는 논라의 소지도 많고 의문점도 많다. 고칠 부분도 더러 보이고, 내 머리속에 기어다니는 생각과 달리 쓰여진 문장도 띄엄띄엄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한번 정리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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