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8일 일요일

철새

가슴아픈 이야기다.

얼마전 타 부대 훈련장으로 파견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임진강을 끼고 안은 넑직한 공간이었고, 가을이 무륵 익어 제법 싸늘해진 강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루를 마치고, 텐트 앞 허전한 자리에 허리를 숙이고 앉아 있는데
십여마리정도의 철새떼가 후두둑 날아 오르더니 하늘 아래 맴돌기 시작했다.
몇 바퀴인가 돌아보더니 일렬로 줄을 그으며 남쪽 하늘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그때였을까 무리중 한 마리로 보이던 새가 멀찍이 나타나더니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서 헤메이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하니? 뭘 보고 있어?"
텐트안에 있던 교육장교님이 물었다.

"철새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헤메고 있어서 그걸 보고 있습니다."

"죽겠구나."

"예?"

"철새는 무리에서 낙오하면 함께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텃새들에게 시달리다 죽게 된대."

그 말을 들은 순간 왜 얼마전 자살을 생각하고 손목을 그어야 했던 그 아이가 생각났을까.
무리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낙오되어 스스로 생명을 꺼버리려고 했던 그 아이.

결국은 모두가 살인자가 될 뻔했던 그 순간.
그 아이에겐 살아난 것이 행운이었을까?

한참이나 지난 시간에야 외롭던 철새 한 마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마음속에 그 아이는 여전히 그어진 팔목을 바라보며 울고 있을것만 같았다.

댓글 2개:

  1. "죽겠구나."

    "예?"



    여기서는 "예?" 보다는 "잘 못들었습니다?" 가 좋은 표현입니다.

    [바른말 고운말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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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군인 아니었을까봐 ㅋㅋ

    나름 편집이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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