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4일 수요일

실미도

with 김연은 (2003. 12. 26)
http://content.nkino.com/Movie/3337/p4.gif
감독 : 강우석
배우 : 설경구, 안성기, 정재영, 허준호, 임원희
장르 : 액션, 드라마
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35분
제작년도 : 2003년
개봉일 : 2003년 12월 24일
국가 : 한국
공식홈페이지 : www.silmido2003.co.kr

시놉시스 :
낙오자는 죽인다 체포되면 자폭하라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지옥훈련… 31인의 살인병기 ‘실미도부대’ 탄생 “주석궁 침투, 김일성 목을 따 오는 것이 너희의 임무다!” 북으로 간 아버지 때문에 ..

크리스마스까지 무난히 넘긴 날씨가 오늘 아침들어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다. 턱까지 올라오는 목티를 입고서도 무뎌지는 코끝이 시큰할 정도였으니까.

얼마쯤 기다렸을까? 20여분쯤 발을 구르며 기다렸더니 다행히 늦지 않게(약속 시간은 넘겼지만) 개찰구를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안한 웃음과 함께.

서둘러 걸음을 옮기기는 했지만 엉뚱하게 군인들 심부름(?)까지 하다가 5분정도 늦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다행히 예고편 분량만큼 지나간 상태였고 영화가 막 시작되려는 찰라였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커플석. -이 각도에서 보는 영화가 가장 볼 만하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영화는 시작되었다. 설경구의 칼부림으로.

실미도는 나름대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뿐 아니라 우리 근대사가 숨겨온 치부를 발가벗긴 영화라는데 더 큰 관심이 모였던 작품이었다. 그저 말로만 듣던 북파공작원의 이야기가 실미도 사건인 것이다. 북에서 남파한 간첩 서른 한명을 그대로 본따 역으로 북파하여 김일성의 목을 따버리기 위한 특공대. 그 군대가 오딴 섬 실미도에 만들어졌다. 영화는 설경구를 비롯한 온갖 쓰레기들중 서른 하나를 추려내어 모아온다. 안성기는 쓰레기 재활용 담당. 이어지는 허준호의 온갖 재수없는 발길질과 욕설. 비참하게 매질당하는 쓰레기들과 점차 재처리되어가는 갱생의 인간들. 어렴풋 예전의 어떤 헐리웃 영화와 닮아있음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새롭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저것이 "현실"이었다는 것에 대한 경악이 뒤통수를 내리 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별히 명장면이라고 뜯어낼 수 있는 컷이 눈 언덕위에 폭파씬과 마지막 씬 직전에 허준호가 떨어뜨린 사탕봉지. 안성기의 마지막 장면(어떤 장면인지는 말하지 않겠음)과 설경구가 매달린 동료의 머리통을 단번에 휘갈겨 죽여버리는 장면.

이 글이 영화에 대한 평이나 분석이라면 이것 저것 잡다한 것까지 모두 끌어와 이어가겠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친구들도 있을것 같고. 그저 나의 감흥정도를 몇 자 적어보자는 취지의 글이므로 너무 많은 내용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하다.

한가지 아쉽다고 할 수 있는건. 역시나 설경구! 싶다 할 만한 명 장면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과 안성기가 이젠 지긋한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것이다.

실미도-
쌀쌀한 날씨에도 우야우야 인천 월미도까지 찾아가게 되어 바라본 서해의 여러 섬들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고 차가워 보였다. 눈 앞에 보이진 않았지만 저 많은 섬 가운데 심미도의 비극이 짙은 안개처럼 쓸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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