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4일 수요일

국어사전

중국에서 온 손님이 왔다. 1년간 중국에 가 계신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한국에 있는동안 여러곳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다며 디지털카메라 구입을 부탁해 온 것이었다.
연락을 받은 다음날 바로 만나 남대문에 가서 적당한 카메라를 구입해주고, 시내에 나온김에 종로 일대를 걸으며 이곳 저곳을 소개해 주었다. 그 사이에 종각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리게 되었는데 그 분은 사전을 모아둔 곳을 찾았고, 적당한 국어사전을 찾기 시작했다.

국어사전- 나는 국어국문학과 졸업자다. 그런데 내게는 적당한- 아니 값싸고 휴대가 용이한 국어사전 한권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저런 변명으로 둘러대더라도 인터넷이 있어서 종이로 된 사전은 필요없다. 라는 건 변명이 아니된다. 참으로 무안하고 쑥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영어사전과 일본어 사전은 두권, 옥편은 서너권이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나라말 사전은 단 한권도 챙겨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흉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새다.

나만 그럴까? 물론 사전의 필요성은 아주 잘 느끼고 있다. 하루에서 몇 번이나 웹서핑중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만나면 한컴사전(한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함께 설치되는 전자사전)이나 네이버 사전 검색을 시도한다. 두꺼운 사전을 꺼네려 책장에 갈 필요도 없고, 두꺼운 사전을 무릎에 올려놓고 얇은 종이쪽들을 뒤척일 필요도 없다. 타이핑 몇번이면 수초 이내에 원하는 단어가 나타나며, 관련된 단어와 사이트 등의 정보가 함께 나타난다. 너무나 편리하지 않은가! 다시한번 고민해본다. 종이로 된 두꺼운 국어사전이 필요한가? 인터넷이 되는데? 전자사전이 얼마든지 있는데? 필요한가? 난감해지기 시작한다.

종이로 된 사전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는가? 편리하면서도 정확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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