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4일 수요일

붉은돼지

(2004. 01. 08)
http://content.nkino.com/Movie/4296/p1.gif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배우 : 아케미 오카무라, 아키오 오츠카, 토키코 카토
장르 : 어드벤처, 가족영화, 로맨스
등급 :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 93분
제작년도 : 1992년
개봉일 : 2003년 12월 19일
국가 : 일본, 프랑스
공식홈페이지 : www.porco.co.kr

시놉시스 :
사람들은 그를 붉은 돼지라 부른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 말. 전쟁의 잔혹함을 잊기 위해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된 공군 비행사 포르코 로소는 이탈리아의 무인도에 혼자 살며 공적(空敵:하늘의 해적)들을 소탕한다. 사람들..

며칠전에 공각기동대라는 고전(?) 에니메이션 한편을 보고 난 후에 다시 92년 작품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돼지"라는 에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아름다운 아드리아의 해를 배경으로 붉은 색 비행정을 모는 돼지의 이야기이다. 미야자키의 자전적 영화로 만들어져서 수 많은 대회에서 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토토로와 더불어 꽤나 유명한 작품이라 여기저기 멋드러진 작품 해설도 많다. 개인적으로도 이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서 토토로부터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유명한 것들을 챙겨 봤다고 생각은 했는데 유독 이 작품만은 놓치고 있었던 것이 나로서도 의아스럽다.

몇 년 전인가 어떤 작집에서 이 작품을 몇 장에 걸쳐 특집으로 해설한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한 번 봐야지 했다가- 당시에는 비디오로밖에 작품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여의치가 않았었다. 뭐 지금에야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말이다.

이러저런한 사연을 뒤로 던져놓고 짧게 감상평을 쓰자면 정말 재미있다-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인터넷을 뒤져 보긴 했지만 딱히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뭐 눈에 띄는 글 몇개만 살펴보아서 그런것이겠지만 사실 일부러 전문가의 해석을 믿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강했다.

처음 붉은돼지가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는 의레 만화속 캐릭터니까- 하면서 보았는데 뜬금없이 지나(극중 모로코(붉은돼지)의 연인)가 '마법'이야기를 꺼넨다. 왠 마법? 판타지였던가? 그러면서 인간이었음을 증명하는 사진 한장이 나타나지 않는가? 그럼 붉은돼지는 애시당초 인간이었다는건데.

그런가 하면 밀라노의 지하상가에서 '두더지'에게서 무기를 구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더지는 붉은돼지와의 대화에서 '우리'라는 동질적인 대명사를 쓰며 인가과 분별하고자 한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돼지가 인간들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돼지는 인간들과 더욱 잘 어울리고 있다. 어딜가든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며 인기도 좋다. 그를 사랑하는 인간 여인(지나)도 있을 정도니까. 심지어는 열 입곱의 소녀(피오)까지도 그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돼지는 결코 인간으로 되돌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피오의 질문에 의해 풀린다.
모로코의 비밀 아지트(무인도)에 함께 있던 피오는 잠결에 모로코의 인간적 모습을 보게 되고 인간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부탁한다. 모로코는 전투에서 동료들을 구하지 못하고 자신만이 살아남았음에 인간적인 죄책감과 전쟁에 대한 증오심에 의해 스스로를 돼지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걸어버리고 만 것이다. 즉- 모로코는 스스로 돼지가 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쉽게 생각해보면 모로코가 거부했던 부와 명예. 인간에의 탐욕과 비겁함(전투에서 동료를 구하지 못하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것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은 돼지로 상징될 수 있다. 고전에서부터 돼지는 언제나 그렇게 그려져 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것이다.

하지만 미야자키는 수 많은 동물중에서도 아주 특별하게 모로코가 원했던 동물을 "돼지"로 선택했다. 이것은 비록 생김은 돼지가 되었지만 모로코 본질은 아직도 인간이며 인간이 돼지의 탈을 쓰고 인간이기를 거부하며 인간의 탐욕을 부정하는 자기폭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난데없이 미녀와 야수의 모티브가 등장하는데 피오의 키스를 받은 모로코가 인간이 된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아직도 없는 듯 하다. 감독 스스로도 이 부분은 일부러 해답을 남겨두지 않고 처리해버린 듯 하다. 닥분에 아직도 이 장면을 두고 모로코가 피오의 키스를 받고 인간이 되었다와 아니다로 팽팽이 싸움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하튼 나는 모로코가 인간이 되었다. 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것은 피오의 단순한 키스만은 아니라고 본다. 여기서 피오의 역활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피오는 피콜로의 손녀로 열입곱의 여자아이다. 처음 모로코가 피오를 만났을 때 그는 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나이에 이미 최고의 파일럿이 되어 있었던 자신을 존경한다는 피오의 말에 모로코는 조금씩 피오를 어린아이가 아닌, 여자가 아닌 능력을 가지 인격으로써 인정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피오가 가지고 있는 순사함과 열정에 사로잡혀간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단면이자 본성인것이다. 즉, 모로코가 미쳐 깨닫지 못했던 인간에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모로코는 피오를 위해서 결투를 하게 되고 피오의 키스를 받고(순수함과 열정)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된 것이다. 다시금 인간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붉은돼지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을 부정한다. 이는 극중 파시즘으로 들어난다. 그리고 감독은 무정부주의를 희망한다. 아드리아의 바다와 하늘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이 돼지가 됨으러써 부정한다. 돼지가 밥을 마다하는 꼴이다. 얼마나 우습겠는가? 그렇게 세상을 뒤집어 까발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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