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4일 수요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삶이란 무엇인가? 상투적인 것을 싫어한다는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질문은 너무나 상투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마침표를 검지손가락 끝으로부터 그어- 떼었을 때 머리속에서 불쑥 떠오르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 나는 아주 늙어버린 나이가 되기 전에 - 어쩌면 빠른...- 그 나이부터 '죽음'에 대한 경계를 찾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경찰에게 붙잡힌 순간 최고수들은 이미 죽음에 맞닥드린 것과 같다라는 글처럼 나는 식어버린 아버지의 손을 쥐어 보면서 내 생이 끝자락을 설핏 느꼈던 것 같다.그 뒤로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은체 내 감각의 일부가 되어 갔고, 죽음으로 다가서는 걸음은 두려울지 몰라도 죽음에 이르는 찰라의 그것은 나를 무섭게 만드는 힘이 되어 갔다. /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체 시큰해진 눈물을 느낄 수 있었던게 언제인가 싶다.
솓아지는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에 차마 흘리지만 못한 것 같다. 3번의 자살을 기도한 - 전직 가수이자 잘나가는 교수인- 여자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고수(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의 남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 두 사람은 세상에서 유일한 짝이 되어 서로에게 생의 의미가 되어 간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은 온전하지 못하고, 삶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언제나 그렇듯 공지영의 소설은 사랑을 밑바닥에 깔고 있으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감동을 남겨준다. 최근에 영화로 개봉하면서 '우행시'라는 짧은 제목으로 더 귀에 익은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영화제목처럼 언듯 한 편의 아름답게 슬픈 시가 아닌가 싶은 감상을 자아내기도 한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이전 작품인 고등어에서 두 남녀의 사랑 사이에 80년대의 시대적 아픔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는 90년대 이후의 삶에 대한 '장애적 자아'의 강렬한 회복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 나는 때로 생각한다. 지나가는 기차나 네 바퀴 달린 것들을 향해 무조건적으로 뛰어들 것을! 아무렇지 않게 내 몸을 살랑 부는 바람에 맡기고 밀려 나갈수 있음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온기가 하늘로 올라 갈 수 있을지도 모름을! 하지만 오늘도 그 날, 그 병원 영안실에서 내 손에 옮겨진 기운이 체 가시지 않아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못하는 용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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