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4일 수요일

태극기 휘날리며

with 황의경(200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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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강제규
배우 : 장동건, 이은주, 원빈, 공형진, 최민식
장르 : 액션, 드라마, 전쟁
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48분
제작년도 : 2004년
개봉일 : 2004년 02월 05일
국가 : 한국
공식홈페이지 : www.taegukgi2004.com

시놉시스 :
1950년 6월.. 서울 종로거리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진태’(장동건)는 힘든 생활 속에도 약혼녀 ‘영신’(이은주)과의 결혼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생 ‘진석’(원빈)의 대학진학을 위해 언제..

대박 영화를 개봉하고 일주일쯤 지나서야 볼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후배를 볶아댄 덕으로 공짜영화가 되어 더 좋았지만서도, 일찍 간다고 아침도 거르고 부랴 부랴 나가면서 두유를 버스에서 마셨더니 내내 속이 좋지 않았다. 결국은 이틀째 서울 나들이 하면서 좀 피로했더니 어제는 어머니 감기까지 옮아버렸지 않았나. 그렇게 하루 넘기고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적인 전쟁영화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개봉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영화라 여기저기 관련 글을 많이 보기도 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한국 최초'의 수식어가 붙었지만 나는 사실 그런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강제규가 '쉬리'에싀 이미 충분히 '한국 최초'의 것들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는 그렇게 한번이면 족할 것이지 그 뒤로는 '최초'에 붙어지는 업그래이드 일 뿐인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과연 강제규 감독이 말하는 한국적인 전쟁영화가 무엇이었는지다. 일단 떠오르는 한국전쟁 영화를 보면 안성기가 주연했던 '남부군'정도와 6.25특집극으로 수 없이 제작된 TV드라마들이 생각난다. 그런데 그 작품들 속에서도 '태극기 휘날리다'의 주 모티브가 되는 '형재애'는 이미 숱하게 보아온 기억이 난다.
궂이 한국전쟁이 아니더라도 흔해빠진 헐리웃의 전쟁영화만 찾아봐도 형재애를 다룬 전쟁영화는 쌔고쌨다. 또 한가지. 강제규는 대규모 피난민의 행렬은 다른 전쟁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런 장면은 한국전쟁이 아니라면 쉽게 재연되기 힘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장면도 내 기억에는 베트남전이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간혼 보았던 것 같다.

어쨌든 뚜겅은 열렸고 나는 이것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뿌연 김보다 얼큰한 찌게가 더 붉게 보이기를 바라면서-

전쟁이나 이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반까지는 이 말에 동감할수 없었다. 진석을 제대시키고자 했던 진태는 어느덧 광기어린 전쟁로봇이 되어버렸고, 잿더미가 되어버린 서울과 평양 시가지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민중들의 죽음은 이것이 전쟁이다!라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수백발의 포격속에 국군들은 끊임없이 빨갱이들을 저주한다. 하지만 영화는 공영만의 한마디 말로 전쟁과 이념에 대한 싸움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 이념따위는 모른다. 누가 이기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많은 사람들이 진태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스러워 한다고 한다. 그래서 리얼리티가 없다고 옥의티로 지적하곤 하는것을 봤다. 하지만 내가 보기로 그것이 훨씬 리얼했다. 생각해보라. 총 한번 쏘아보지 못했던 구두닦이가 어느날 갑자기 동생과 함께 전쟁터러 내 던져졌다. 애틋한 형재애로서는 반드시 동생을 살려 보내야 한다는 것 하나만 필생의 의지로 불타오른다. 처음은 그랬다. 그렇게 적진으로 돌격했다. 적을 죽여야 내가 살고 동생을 살릴 수 있었다. 공을 세워야 훈장을 받고 그렇게 동생을 제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껏 한번도 다른 사람들보다 위에 서본 적이 없었다. 전쟁은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하는 또다른 기회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 깊숙히 진석을 위한 마음이야 변할리 없지만 인간이기에 욕심을 내 볼수 있지 않나? 영웅- 진태는 그렇게 영웅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영웅이 되어 진석에게 더욱 멋진 형이 되고 싶었을 것이고. 그렇게 동생을 살려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이 정말 리얼이 아닌가? 전쟁은 그렇게 한 인간의 삶을 일순간으로 바꿀수 있다고 본다.

아 한국적인 전쟁영화

나는 공영만의 대사를 통해서, 진태의 격정적인 변신을 통해서, 진석의 무서울 정도의 분노(형에 대한)를 통해서 한국적인 전쟁영화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외형상으로 기존의 헐리웃 영화의 본을 따랐다는 느낌을 지울수는 없지만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감정의 억울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억울함. 나는 이것이 한국적인 전쟁영화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흔히들 한국적인 것에는 한이 서려있다고 한다. 같은 동양권이면서도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한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다. 전쟁의 규모나 처참함으로야 2차 세계 대전과 비할바 못되겠지만 그래서 그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한역시 어찌 억울하고 안탑까지 않을까마는 내가 한국사람이어서는 몰라도 태극기에서는 쌓이고 쌓인, 그리고 순진해 빠져버린 우리 50년대 한국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억울한 싸움의 눈물이 가득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넘치고 넘쳐도 채워서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끝없이 펼쳐진 피난민의 행렬과 뜨거운 울음으로 바퀴를 굴리려는 기차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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